한의학에서는 신체 내부를 구성하는 기관으로 五臟六腑, 奇恒之府 등이 있다. 이 중 胃와 관련된 것으로 胃脘이라는 용어가 있다. 胃脘은 현재 일반적으로 분문부인 上脘, 胃 중부인 中脘, 유문부인 下脘의 세 부분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일부 문헌에서는 胃脘을 식도로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만 다른 부위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은 胃脘의 관련 병증들을 이해할 때 혼란을 줄 수 있다. 병증이라는 것은 해부학적인 부위와 그 기전을 명확히 인식할 때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胃脘은 ‘脘’이라는 글자로 볼 때 문자적으로 胃 속에 빈 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쓰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胃脘이라는 명칭은 『黃帝內經』에 총 14편에 걸쳐서 22번 나온다. 內經안에서의 용례를 보았을 때 대부분은 胃脘과 관련된 병증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인 胃脘은 종합적으로 혈자리인 中脘穴을 가리키는 경우는 제외하고 胃와는 큰 차이가 없는 용어로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黃帝內經』에서 胃脘과 관련된 병증으로 胃脘隔(塞)이 있다. 『靈樞•大惑論』에 ‘胃脘塞’이 나오는데 여기서의 胃脘은 胃氣가 逆上하여 어떤 부위에서 氣滯를 일으켜서 음식을 먹으면 막히는 것이다. 여기서의 胃脘은 胃와 구분되어 쓰였는데, 上脘을 의미한다. 『素問•評熱病論』에 나오는 胃脘은 정확히 어디를 지칭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靈樞•四時氣』의 글에서는 胃脘을 上脘과 下脘으로 나누어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면 『黃帝內經』에서의 胃脘隔(塞)의 胃脘은 上脘과 下脘으로 볼 수 있다.
『黃帝內經』에서 나온 胃脘癰의 胃脘은 胃의 분문부인 上脘과 유문부인 下脘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黃帝內經』에서 나온 胃脘은 胃의 구조 안에서 胃의 윗부분인 上脘, 즉 분문부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병증에 쓰인 胃脘이라는 용어는 上脘의 뜻으로 가장 많이 쓰였고 胃 전체와 下脘의 뜻도 부분적으로 가졌다. 즉 胃의 구조 안에서 선택적으로 의미를 가지면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上脘에 胃脘 관련 병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胃의 降濁 기능 실조로 음식물의 受納, 腐熟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黃帝內經』이후의 胃脘의 개념에 대해서는 의가에 따라서 조금씩 개념의 차이는 나타났지만 대체로 胃의 구조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병증 표현 속의 胃脘 중 胃脘癰은 明代에도 胃癰을 胃脘癰과 같은 의미로 서술하여 胃脘癰의 胃脘을 胃와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였음을 의미한다. 이후 『黃帝內經』의 胃脘癰의 胃脘 부위와는 조금 변화가 있어서 胃의 전체로 확대되었지만 전체적으로 胃 구조 속에 포함되어 있는 胃脘의 개념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胃脘痛은 宋代까지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가 金元代에 丹溪心法에서 “心痛은 곧 胃脘痛이다.”라고 하였는데 정리하면 胃脘痛은 胃 부위의 통증이지만 上脘 부위의 통증에 한하여 心痛과 비슷하게 여겨질 수 있는 면이 있는 것이다. 즉 胃脘痛의 胃脘은 결과적으로 胃의 구조 속에 포함되어 있는 개념이다. 추가적으로 胃脘癰과 胃脘痛 외에 『難經·五十六難에서 脾의 積을 痞氣라 하여 胃脘에 있다고 하였는데, 이 五十六難의 내용은 五臟의 積을 서술하고있는 부분으로 각각의 積의 위치는 각각 肝은 좌, 肺는 우, 心은 상, 腎은 하, 그리고 脾는 중앙이다. 즉 여기서의 胃脘 또한 胃 부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개념과는 별개로 『內經』 이후 胃脘의 개념이 달라진 곳이 보인다. 『丹溪手鏡』에서 噎膈을 설명한 글에서 쓰인 咽이라는 용어를 咽門으로 이해한다면 글의 胃脘은 咽門과 胃 사이의 식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丹溪手鏡』에서 기존의 胃脘이라는 용어를 식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시기 이전에도 宋代 李駉의 『句解八十一難經』 등의 장부도를 살펴보면 식도의 위치에 胃脘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니, 이미 이러한 인식은 宋代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胃脘이 식도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게 된 것은 咽을 胃와 연결시키는 식도를 의미하는 용어와 喉를 폐와 연결시키는 기도를 의미하는 용어를 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素問•太陰陽明論』에서 “喉主天氣, 咽主地氣.”라 한 것처럼 喉와 咽 모두 목구멍의 의미로 喉는 天氣를 호흡하고, 咽은 地氣를 먹는다는 개념으로서喉와 咽을 사용한 것일 뿐이며, 『靈樞•腸胃』에서도 뚜렷하게 식도나 기도를 지칭하는 말이 없어 그것을 정립하게 위해 胃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것으로『丹溪手鏡』에서는 ‘肺脘’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이것은 앞의 胃脘의 예와 비교해볼 때 현재의 기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쓰인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趙獻可는 『醫貫』에서 喉와 咽을 각각 肺脘과 胃脘이라고 하였다. 이 肺脘, 胃脘과 같은 의미를 가진 용어를 다른 의서에서는 氣脘, 食脘이라고도 하였다. 기도를 나타내는 肺脘이라는 용어는『黃帝內經』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胃脘의 개념이 『黃帝內經』과 다르게 재정립된 후에 肺脘의 개념이 만들어진 것이 라도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면 胃脘의 개념이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로 胃脘은 『黃帝內經』의 용례로 볼 때 胃가 구조와 기능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과는 달리 구조에 치우쳐서 쓰인 단어로 보인다. 둘째로 『黃帝內經太素』에서 胃脘을 胃管이라고 쓴 몇몇의 용례에서 좁은 관의 구조를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黃帝內經』에서 나타났던 胃脘 관련 병증이 胃의 윗부분에서 모두 일어났던 것으로 볼 때 이것을 종합하면 胃의 상부 구조인 식도를 胃脘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胃脘의 부위가 재정립된 후에 음식(食)과 胃, 氣와 肺의 관계에 따라 기도에 肺脘이라는 용어를 설정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胃脘이 식도를 의미한다는 설과 장부도 등은 明代 이후 많은 의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 李梃은 『醫學入門』에서 胃脘을 咽의 아래와 분문의 윗부분 즉 식도로 인식하였다. 吳崑은 吸門과 분문의 사이를 胃脘으로 규정하였다. 針灸大成에서는 그림에서 식도 부위를 食脘이라고 표현하여 胃脘과 食脘을 같은 의미로 쓴 용어임을 알 수 있다. 淸代에 들어서 羅美는 『古今名醫匯粹』에서 ‘胃脘在心之上也.’라고 하였다. 明代, 淸代의 많은 장부도에서도 胃脘 혹은 胃管 등의 용어를 식도 위치에 표시하였다. 참고로 淸代에 해부를 통하여 『醫林改錯』을 쓴 王淸任은 肺管을 기도로, 胃管을 식도로 인식하였다.
이 胃脘이 식도를 의미한다는 인식이 결과적으로 조선의 李濟馬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李濟馬는 胃脘, 胃, 小腸, 大腸을 각각 上焦, 中上焦, 中下焦, 下焦에 배속하였고, 胃脘의 부위를 “在頷下胸上”이라고 규정하였다. 李濟馬는 『東醫壽世保元』의 원문으로 볼 때 거의 전적으로 『東醫寶鑑』을 통해 의학적인 내용을 접하였는데, 『東醫寶鑑』에서 인용한 噎膈 관련 내용의 글이 李濟馬에게 胃脘을 식도로 보는 관점을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렇게 胃脘을 식도로 인식한 것은 앞에서 살펴보았던 『黃帝內經』의 생리개념과 상충할 뿐만 아니라 胃脘癰과 胃脘痛 등 胃脘 관련 병증에서 胃脘이 가지고 있었던 개념과도 차이가 있으므로 구별에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하나의 용어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포괄하는 식의 관점도 있을 수 있지만 의서 등에서 胃脘에 대하여 다수의 빈도로 가리키고 있는 것을 따르고 소수의 빈도로 쓰이는 것을 구분 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胃脘 관련 병증에서 胃脘이 식도를 의미한다고 말하는 것은 의서에서 噎膈을 설명하는 부분과 사상의학 내에 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胃脘癰과 胃脘痛을 언급하거나 胃脘 부위라고 일반적으로 규정할 때는 胃의 구조와 부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