關格은 陰陽俱盛하여 사망에 이르는 병속으로서 내경에서 기술된 이래 난경에서도 중시되었다. 그런데 난경에서 말하는 관격과 내경에서 말하는 그것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그 문자 상의 차이는 단순한 기술 상의 차이일 뿐이며, 기술 상의 차이가 오히려 내용과 논리 면에서 난경이 내경을 확충한 정황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관격에서 在府와 在藏 유형을 총괄적으로 기술하여 內經을 보충하고자 한 難經의 취지가 이해되지 않음에 따라, 임상 면에서 보면 금원대 이후로 관격에 대하여 “關則不得小便, 格則吐逆.”의 在府 유형 만을 關格의 病證으로 인식하여 在藏 유형을 누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현재 재부 유형은 『諸病源候論』 이래 三焦約, 關格 등으로 명명되며 그 대체적인 병증과 치법이 구비되어 잘 알려져 있으나, 在臟의 유형은 그 임상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오늘에 이르도록 그 정체가 不明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관격 문제에 당하여 일차적으로 우리는 내경과 난경 두 經이 관격을 진단하는 데 있어 診法 상에 차이가 있음에 착안해야 한다. 『內經』은 人迎과 寸口의 大小를 비교함으로써 外內의 關格을 진단하였으나, 『難經』은 ‘獨取寸口’의 法을 운용하여 寸口 一處 내에서 寸과 尺의 大小(양적 요인)는 물론 滑澁(질적 요인)을 정밀하게 비교함으로써 關格을 진단하였다는 것이다. 진법은 다르지만 맥상 면에서는 두 경이 모두 대맥을 관격의 맥상으로 보고 있다. 大脈은 火熱이 熾盛한 陽邪를 뜻한다. 그러므로 關格은 陰陽의 疏通이 離絶됨으로써 邪氣가 盛해질수록 精氣가 급속히 敗亡해가는 경과를 밟는다. 즉 關格의 사기가 火熱이라면 그에 상대하는 正氣는 陰精인 것이므로, 關格 死生의 關頭는 크게보면 相火와 陰精의 승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경과 난경 두 經의 기술 상의 차이는 關格에 대해 본질적으로 상이한 두 가지 학설이 존재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영추 「脈度」는 在腑 일형을 기준으로 內外로 關格이 발생하는 病機만을 목적으로 입론한데 비하여, 제37난은 在腑는 물론 在臟 유형까지 확장하여 外內陰陽의 關格을 총체적으로 立論하고자 하였다. 이상과 같은 사실은 내경과 난경의 문헌 분석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입증될 수 있으며, 입증 과정을 통하여 제37난이 영추 「脈度」를 인용하면서 「脈度」에 ‘陽氣太盛’으로 되어 있던 것을 ‘邪在五臟’이라 수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邪在六腑(在腑)와 邪在五臟(在臟)을 병칭하는 지점에서 다시 출발하여 원래 ‘名曰關’, ‘名曰格’으로 되어 있던 것을 위치를 뒤집는 등의 일부 「脈度」 원문에 대해 수정을 가해야 했던 까닭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최근 中國에서는 關格을, 첫째 『內經』에서 脈象으로 말한 경우, 둘째, 嘔吐와 小便閉가 동시에 보이는 경우, 셋째 大小便이 모두 不通한 경우, 넷째 不食 嘔吐와 大小便閉가 모두 보이는 경우의 4종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 병기적 특징은 공히 ‘上逆下閉’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關格의 두 유형을 혼동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在腑의 一型만을 關格으로 인식하고 在臟을 버려두는 폐단을 답습한 것 외에도, 동일한 在腑 유형에 있어서도 병세의 차이를 證型의 차이로 인식하는 이중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류에 오류를 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14난의 ‘至脈’ 조문은 직접 關格이란 말을 쓰지 않았으나, 실로 外內의 陰陽離脫 현상을 前大後小와 前小後大의 두 유형으로 변별하고, 그 임상적 경과를 ‘適得病’, ‘病欲甚’, ‘其人當困’의 3단계로 파악함으로써 關格의 脈證 인식에 있어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14난이 關格 辨證에 있어 지니는 의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在腑와 在臟의 두 유형을 변별하였다. 三至에서 五至까지의 脈證은 陰陽 兩道로로 구분되고 있으니, 前大後小와 前小後大가 구분되고, 洪大와 沈細가 구분되고, 晝加가 夜加가 구분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둘째, 初重末의 병세를 구별하였다. 關格을 조기에 인식할 수 있도록 병세 변화의 始終을 初重末로 구별하였다. 三至는 適得病이라 하였으니 關格의 전구증에 해당한다. 四至는 病欲甚이라 하였으니 關 또는 格이 발생한 것이다. 五至는 其人當困이라 하였으니 關 또는 格에서 關格으로 발전하여 內外陰陽이 不通하는 단계가 된 것이다.
셋째, 熱과 濕의 邪氣를 밝혔다. 關格 중증에서 “滑者傷熱, 濇者中霧露.”라고 하였으니, 이는 相火와 陰精의 勝負에 따라 外內上下로 熱과 濕이 相交하는 변화를 밝힌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또한, 熱과 濕의 변화는 결국 水火의 進退에 불과하므로 火가 進하면 ‘傷熱’이 되고 水가 退하면 ‘傷濕’이 됨을 밝힌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결국 相火와 陰精이 勝負하는 虛實의 대세를 살핌을 필두로, 熱과 濕이 三焦에 進退하는 所在를 구분하여 치료하고자 한 것이 難經의 關格의 치료원칙임을 추론할 수 있다.
다음은 제17난에 기술된 관격 재장 유형의 맥증을 도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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位 |
證 |
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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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證 |
在上焦 |
頭痛 目眩 |
寸大尺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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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證 |
在下焦 |
腹中痛 |
寸沈細 |
外關 |
末證 |
在藏 |
夜加 |
尺沈細 |
內格 |
표. 關格 在臟의 脈證
『傷寒論』을 참조하여 보면, 少陽의 傷寒은 ‘頭痛發熱’이라 하였으니 在臟의 頭痛 또한 相火의 범주로 볼 수 있다. 眩暈 역시 上盛下虛이고 痰火이다. 그러므로 頭痛目眩은 외감 초기부터 陽經에 相火가 치성한데다 腎陰虛의 象이 함께 발로하므로, 裏證이 없어 關格은 아니더라도 이미 關格의 象이 있음을 볼 수 있다. 重證의 腹中痛은, 제17난에서 말하지 않았지만 在臟 關格의 重證에 腹痛과 함께 下利가 수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상한론 궐음편에 부기된 熱利가 그것이다. 이때 下利는 ‘陽氣不得相營’의 소치로서 위에서 肺陰이 困하여 아래로 命門火를 기르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니, 命門元陽이 獨居하는 內格의 선단이 발로하는 더욱 위중한 의미로 볼 수 있다. 在臟 유형은 陰에서 受病하여 熾盛한 相火에 의해 직접 陰精이 消盡되므로 在腑에 비해 더욱 危證으로 보며, 때문에 임상적으로 더욱 중요하다.
제14난의 말미에 기술된 關格 치법을 바탕으로 재장의 치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上部有脈, 下部無脈, 其人當吐, 不吐者死.”는 在臟의 治法을 제시한 것으로서, 上焦에 熾盛한 痰火를 吐出함으로써 下焦의 腎陰을 구원함이 급무라는 뜻이다. 그러나 末證이 되어 陰精이 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吐法은 오히려 上焦의 陰을 더욱 상하여 元陽의 離絶을 재촉할 뿐이므로, ‘不吐者死’라 하였다. 만약 尺脈 沈細하여 腎陰이 위태로운 末證에서는 吐法을 견디지 못하면 사망을 재촉할 우려가 크다. “上部無脈, 下部有脈, 雖困無能爲害.”는 尺脈이 洪大하고 寸脈이 浮大한 在腑의 末證을 말하였다. 조문에 明記하지는 않았으나 在腑에서 攻下가 正法임을 암시한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관격 치법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死生을 決하는 관점에서 보면, 난경은 尺이 근본이고 元氣라는 대전제를 제시하였으니, 關格 역시 腎陰과 命門陽氣의 互根을 死生의 關頭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下部無脈’하면 죽는다고 하였으니 在臟 末證에서 尺脈이 끊어져 腎陰이 絶하면 必死한다는 뜻이며, ‘上部無脈’하면 ‘雖困無能爲害’는 在腑 末證의 경우 寸脈이 보이지 않아 肺陽이 끊긴 듯 하더라도 尺脈이 洪大하여 오히려 命門의 相火가 보인다면 사망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Gwan-Gyeok(關格), Nangyeong(難經), differentiation of syndrome(辨證), in bowels(在腑), in viscera(在臟), 관격, 난경, 변증, 재부, 재장